순비기나무. 낯선, 들어보지 못한 나무 이름 중 하나이다. 숨비기낭은 어떤가? 제주도에서 태어났으면 어디선가 한 번 쯤 들어봤을 수도 있을 것이다.특히, 바닷가에 살았거나, 가까운 사람 중 누군가 한 분이 해녀라면 더 그럴 것이다.그래도 낯설긴 마찬가지 일 것이다.순비기나무와 해녀는 어떤 연관이 있을까? 순비기나무와 해녀를 자꾸 연결시키는 것은 왜 일까? 제주도의 척박한 해안가에 뿌리를 내린 순비기나무(Vitex rotundifolia L.f.) 에게서 해녀들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다. 순비기나무란 독특한 이름은 '숨비소리'에서 왔다. 숨비소리는 물 속에서 작업하던 해녀가 수면에 머리를 치켜 듦과 동시에 '호오이~' 하고 휘파람소리 비슷하게 거센 호흡을 하는 숨소리를 뜻한다. 순비기나무는 메마른 모래밭과 소금 섞인 짠 바람, 거친 파도를 맞으면서도 꿋꿋하게 뿌리를 내리는데, 그 모습이 해녀들의 강인함을 닮았다. 제주에서는 '숨베기낭', '숨비기낭'이라고도 부른다. 마편초과의 낙엽관목인 순비기나무는 타원형의 도톰한 잎은 마주나고, 잎 표면에는 회백색 털이 많아 염분에 견디게 한다. 여름에 피는 이색적인 꽃모양의 연보라색 꽃은 바닷가의 풍경을 더욱 아름답게 채워준다. 열매는 9~10월에 검은 자주색으로 익는데 아주 딱딱하고 콩알 크기의 단단한 열매는 가볍고 물에 뜨는 방수 기능이 있어 씨를 널리 퍼뜨린다. 순비기나무의 잎과 가지, 열매는 특유의 청량한 향이 있다. 이러한 순비기나무 열매를 베갯속 재료로 사용하기도 한다. 바닷가 짠물을 뒤집어쓰고도 잘 자라는 순비기나무는 해안 사구(모래언덕) 식물의 대표적인 나무로 해안 사구를 피복하면서 덩굴로 기어가듯 자라기 때문에 모래유실을 막아주면서 다른 식물들까지 품고 있는 사구지킴이 식물이기도 하다. 꽃말은 ‘그리움’ ‘바다를 향한 그리움’ 이다.